마블은 왜 그놈의 멀티버스를 계속 우려먹는 걸까?
1. 엔드게임 이후, 멀티버스라는 판도라의 상자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는 2008년부터 차근차근 세계관을 구축해 왔다. 그리고 2019년, 어벤져스: 엔드게임에서 그야말로 모든 것을 걸고 대서사를 완성했다. 하지만 엔드게임 이후의 마블은 마치 기로에 선 듯 보였다. 가장 큰 문제는, 엔드게임이 너무나도 완벽한 마무리였다는 점이다. 아이언맨(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희생, 캡틴 아메리카(크리스 에반스)의 은퇴, 타노스라는 최강 빌런을 쓰러뜨린 대전쟁. 이보다 더한 클라이맥스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마블은 그 해답으로 멀티버스를 꺼내들었다.
처음엔 신선해 보였다.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로키, 완다비전,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까지. 초반에는 기존 캐릭터들과의 연계도 있었고, 과거 영화에서 등장했던 캐릭터들을 부활시키는 방식으로 팬들에게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이제는 너무나도 당연한 설정이 되어버렸다. 새로운 캐릭터를 소개할 때마다 “이건 사실 또 다른 우주의 이야기”라며 멀티버스라는 만능 키를 들이미는 것이다.
2. 멀티버스, 과연 일반 관객들에게 매력적인가?
마블이 계속 멀티버스를 고집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쉽게 리부트하고, 팬들이 원했던 캐릭터를 언제든 다시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것이 점점 일반 관객들에게 부담이 되는 서사 구조로 변해가고 있다는 것이다.
멀티버스의 가장 큰 문제점은 스토리가 방대해지면서 일반 관객들이 점점 따라가기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엔드게임까지는 관객들이 10년 동안 차근차근 영화를 보며 스토리를 따라올 수 있었다. 하지만 멀티버스는 이 흐름을 깨뜨린다. 이제는 한두 편의 영화를 놓치면 전체적인 흐름을 이해하기 어려워졌다. 닥터 스트레인지 2를 보려면 완다비전을 알아야 하고, 로키를 보지 않으면 MCU의 현재 빌런인 캉을 이해하기 어렵다. 일반 관객 입장에서 “영화 한 편 보려고 드라마까지 정주행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생기는 것이다.
3. 덕후들조차 비판하는 멀티버스 서사
이쯤 되면 MCU의 팬들조차 멀티버스에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이는 데드풀이 직접 영화 속에서 언급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또 멀티버스냐?”라는 식의 대사는 팬들이 가지고 있는 의문을 그대로 대변한다. 원래 마블 영화는 비교적 단순하고 직관적인 스토리로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었지만, 멀티버스 이후로는 세계관이 지나치게 복잡해졌다.
과거 MCU의 강점은 개별 영화들이 독립적인 재미를 유지하면서도, 전체적인 서사에 자연스럽게 연결된다는 점이었다. 아이언맨 1편을 몰라도 캡틴 아메리카를 재미있게 볼 수 있었고, 토르를 몰라도 어벤져스를 즐길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로키를 안 보면 TVA가 뭔지 모르고, 왓 이프를 안 보면 새로운 캐릭터들이 왜 등장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4. 마블이 멀티버스를 쓸 수밖에 없는 이유
그렇다면 마블은 왜 계속 멀티버스를 고집하는 것일까? 이유는 두 가지다.
1) 기존 배우들의 복귀를 위한 장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아이언맨), 크리스 에반스(캡틴 아메리카), 휴 잭맨(울버린) 등 과거 마블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배우들이 돌아올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 멀티버스다. 마블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흥행이 보장된 배우들을 다시 기용하려면, 멀티버스라는 설정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2) 무한한 캐릭터 확장
멀티버스를 활용하면 기존 캐릭터를 변형하거나, 전혀 새로운 캐릭터를 쉽게 도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페이즈 5, 6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캉(Kang)**은 원래 단일 빌런이 아니라 수많은 버전이 존재하는 빌런이다. 이를 통해 제작진은 캉을 몇 번이고 변형해서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방식은 결국 긴장감을 떨어뜨린다. “죽어도 또 다른 우주에서 다시 나오겠지”라는 생각이 들면, 캐릭터의 희생이 주는 감동이 반감되기 때문이다.
5. 마블이 가야 할 길, 멀티버스에서 벗어나기
멀티버스 자체가 나쁜 개념은 아니다. 하지만 마블이 이를 너무 남발하면서 피로감을 유발하고 있다. 이제는 오히려 단순하고 강렬한 서사가 필요한 시점이다. 과거 윈터솔져나 아이언맨 1편처럼 독립적인 영화가 다시 나와야 한다. 또한, 관객들에게 감정을 이입할 수 있는 캐릭터 중심의 이야기가 강조되어야 한다.
멀티버스를 활용하는 대신, 마블은 한 세계관 안에서 강력한 빌런과 서사를 구축하는 방식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 DC가 최근 더 배트맨이나 조커 같은 작품을 통해 단순하지만 깊이 있는 이야기를 보여준 것처럼, 마블도 한 번쯤은 “멀티버스 없는” 작품을 고민해야 할 때다.
결국 중요한 건 스토리와 캐릭터다. 멀티버스라는 설정이 아니라, 관객들이 감정을 이입할 수 있는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것이 마블이 살아남을 길이다. 그렇지 않다면, 아무리 과거 배우들을 다시 불러와도 MCU의 황금기는 다시 오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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